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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죽음을 앞둔 우리들에게 바치는 책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는 남녀노소, 전 세계 어디에서 사는지, 혹은 돈이 많든 적든지 상관 없이 동일하게 해당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언젠가는, 결국에는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의 삶이 언젠가 끝이 난다는 사실은어린 시절부터 깨닫게 되지만, 우리는 이러한 죽음에 대해서 사실 깊게 생각해보지 않습니다.
내가 언젠가는 죽겠지만, 지금이 아닌 아주 먼 훗날의 얘기처럼 여기면서, 그저 모르는 척 눈을 돌립니다. 그건 저뿐만이 아니라 여러분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일 겁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는 세상에 널린 당연하고 진부한 ‘우리의 삶은 끝이 있기 마련이니, 최선을 다해서 살아야 한다’라는 단순한 내용의 책이 아닙니다.
오늘의 글, 길지만 끝까지 읽어보시면 언젠가는 나의, 혹은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맞이하게 될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질문들에 답을 내리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죽음은 결코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사라지기 때문에 아름답고
영원할 수 없어 고귀하다.
그런데 우리는 이 사실을 늘 잊고 산다.
-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 -
목차
이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의 목차만 보아도 여태까지의 죽음에 관한 책과는 다른 형태임을 알 수 있습니다.
1. 위험한 상황
2. 저항
3. 좋은 죽음
4. 의사소통
5. 마지막 몇 달
6. 집에서 모신다고?
7. 마지막 몇 주
8. 마지막 며칠
9. 마지막 순간
10. 시신
11. 애도
12. 기쁨
우리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이 죽음이 임박한다면, 우리는 이와 같은 순서로 함께 시간을 보내고 그(녀)와 작별인사를 하겠죠. 그런데 마지막 장의 이름이 ‘기쁨’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후에 느끼는 기쁨? 책을 읽기 전, 목차부터 살펴보며 책의 흐름을 예상해보기도 하는 저로서는 상당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마지막에 다루어보겠습니다.
죽음에 대한 의사소통
그 전에, 먼저 다루어보고 싶은 내용은 4장 ‘의사소통’에 관해서입니다. 여기서는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었을 때 의사소통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 드린 바와 같이, 우리는 죽음에 너무나도 가까이 살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실제로직시하지 않으며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죽음이 임박했을 때, 그리고 이 사실을 알았을 때 대처하는 법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합니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의 가까운 가족, 친구들은 그 죽음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며 어떤 것을 대비해야 하는지 대부분 막막해 한다고 합니다. 이 것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적습니다.
살아있는 우리에게 죽음은 아무도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는 것이며, 가까운 사람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조차 그렇게 흔하지만은 않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는 병원의 의사와 간호사들의 말만 전적으로 믿고 따를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병원에서 매일같이 어쩔 수 없는 환자의 임종을 맞이하게 되는 그들이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죽음에 보다 익숙할 테니까요.
하지만, 실제 의사와 간호사가 전문 교육을 받는 과정에는 의외로 이러한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와 그의 가족들을 위로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 과정은 기대만큼 체계적이지 못하다고 합니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는 의학 기술은 날이 갈수록 새롭게 개발되고 연구되고 있지만, 정작 그 이후에 대해서는 우리가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의사와 간호사조차도 교육 및 수련을 제대로 받고 있지 않다라는 사실은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삶에 다가온 죽음을 대처하고 그들과의 이별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그들과 어떻게 대화를 나누어야 할까요? 그 대답은 이 책,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는 유한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누구든, 언제든지 우리는 죽음을 맞이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들의 지인들과의 의사소통 방법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완화의료인 / 작가
작가 샐리 티스데일 Sallie Tisdale은 2018년 푸시카트 문학상 등을 받은 작가이자 완화의료 분야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면서 많은 죽음을 겪어왔습니다.
* 완화의료 : 환자의 신체/정신적 고통 완화에 대한 치료를 아우르는 포괄적 형태의 의료 행위를 말합니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 뿐만 아니라 장기 치료가 필요하거나 투병 과정에서 큰 고통을 겪는 환자와 가족에게 행해집니다.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환자와 가까운 사람들의 죽음을 바라보며 느낀 점과 그들이 알아야 할 태도, 의사소통의 방법, 그리고 결정이 필요한 사항 등 죽음에 관련한 실질적 조언들을 이 책에 담을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불교적 사상과 가치관을 가진 그녀는 죽음으로부터 배운 삶의 소중함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격언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죽음에 관한 선택
'죽음'을 제대로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미리 생각하고, 준비 해두어야 하는 많은 것들에 대해 이책에서는 알려주고 있습니다. 죽음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 중간 과정, 그리고 죽음에 임박했을 때와 사후의 모습에까지 우리 신체에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심리적 변화나 간병을 해주는 사람과 그 가족들이 겪을 수 밖에 없는 어려움에 대해 어떤 의료 기관과 의사를 선택해야 하는 지 등의 현실적인 조언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불치병에 걸린 환자에게서 생명 유지 장치를 떼어 낼 때,
우리는 '플러그를 뽑는 것' 이 아니라 환자에게 죽을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과도한 기술과 침습적 치료에서 '환자를 해방시켜주는 것'입니다.
죽을 자유를 주는 것은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돌보는 것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불치병에 걸리거나 소생이 불가능한 환자들의 생을 연명하는 것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왔습니다. 환자의 가족들과 환자 모두들 힘들지만, 독한 약물과 산소호흡기 등의 연명치료를 행하는 데에 있어 죽는 것보다는 삶을 선택하는 것. 그것도 환자 본인의 의지가 아닌 삶.
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그저 헤어짐 보다는 고통을 선택해버리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죽어가는 환자에게 정말로 필요한 치료가 무엇일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학적 지식에 무지하며, 의료 행위와 병원시스템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의사와 병원이 권하는 대로 그저 따르기만 경우가 많습니다. 중환자실에서 환자에게 행해지는 이러한 연명치료를 헤어짐에 대한 죄책감과 의사와 병원에 대한맹목적인 믿음으로 말이죠.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볼 필요가 반드시 있다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죽음은 일상에 치이고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휴식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죽음으로 향해가는
우리는 매 순간마다 변화해갑니다. 10년 전의 나, 1년 전의 나, 하루, 1분, 그리고 찰나 전의 나는 지금의 나와 같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우리는 과연 변화의 마지막,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면 좋을까요?
살면서 후회가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만이거나 무지함일 것입니다. 상상도 하고 싶지 않지만, 혹시나 지금 이 순간 우리가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우리의 삶이 끝이 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면, 후회 없는 삶이라고 만족할 수 있을까요?
나는 진정 누구인지, 나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등등, 우리가 가졌던 순간들이 안타까울 정도로 소중한 것이었음을 그제서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죽음과 죽어감, 삶과 살아감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죽음과 밀접한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엄숙하고 슬픈 분위기의 장례식장을 처음 찾아가는 순간, 주변 가족 혹은 친구들이 사고나 지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소식을 듣는 순간.
10대, 20대, 그리고 30대까지도 죽음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생각해버립니다.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다’라는 사실은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그저 한 이야기에 불과하다고 여겨버립니다. 죽는 사람이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러다 중년이 되어서야 자신의 죽음을 어렴풋이 실감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면서 가족들과 인연들이 더욱 소중해지고, 내가 해온 것들, 혹은 내가 해보지 못한 것들에 아쉬움과 후회를 느끼게 됩니다.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계속해서, 영원히 살고 싶어합니다.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떠올리는 우리는 내가 죽어 없는 세상을 떠올리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합니다. 이성적으로는 생각하지만, 마음으로는 절대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이렇게만 된다면) 언제든 죽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서는 안됩니다.
지금의 나는 죽을 수 없습니다.”
기쁨
아이가 아닌 우리는 모든 것에는 끝이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인생에도 죽음이라는 끝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에게 주어진 이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합니다.
이 사실을 되뇌어보면 삶은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가 가볍게 생각하고 낭비하고 있던 순간 하나하나가 누구에게는 무엇과도 바꾸고 싶은 소중한 것임을 진정으로 느낄 때, 우리는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맺음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서]라는 이 책은 2018년도 뉴욕 타임즈의 비평가가 꼽은 최고의 책 30권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죽음’이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삶’으로써 어떻게 대답해나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중한 책이었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순간을 이 짧고도 긴 후기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의 삶이 더욱 충만하고 가치 있는 순간들로 기록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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